2017년 12월 25일 처음 작성한 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대학 때까지는 막연하게 '유학 가야지, MBA 가야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늘 더 넓은 세상이 궁금했었고, 새로운 걸 아는 게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2013년에 입사하고 나서, 현실, 돈, 결혼자금 등을 생각하면서 'MBA 가는 게 진짜 맞는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회사 스폰서십은 나와 애당초 해당 사항이 없었고요. 그래서 입사 3년 차까지 실제로 MBA 준비를 위해 실행에 옮긴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2015년 후반부터 업무차 홍콩, 호주 등에 오랜 기간 출장 근무를 하면서, 일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관련된 스킬을 더 향상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서도 돈 생각 때문에 마음을 굳히지 못했죠 (특히 MBA 준비는 한 번 첫 삽을 떴다가 애매하게 중단하면 매몰비용이 만만치 않답니다. 예시: 지맷 학원비, 지맷 수험료, 토플/아이엘츠 수험료, 그 모든 게 다아 $$$돈돈돈). 그리고 지금 갑자기 유학 가면 결혼은 언제 하려나, 하다가 애매하게 잘 안되면 어떡하지 등등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2016년 3월 어느 휴일,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 누워서 가만히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자유롭게 살면 되는 거다... 누가 나한테 뭐란 사람도 없는 것이고, 하고 싶은 대로 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되는거다'
'그냥 한 번 해보자.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한 번 해보자. 나는 내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갖가지 고민들을 덜어내고 결심했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니 나머지 고민들은 좀 정리가 되었어요.
돈 문제 관련해서는 '갔다 와서 평생 일할 텐데 못 갚겠냐' 이렇게 결론을 지었고, 살짝 걱정되었던 결혼 관련해서는 '다 인연이 되면 하겠지.. 또 혼자 살게 되면 그렇게 사는 거다. 그보다도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고 정리를 했죠.
나의 20대를 돌이켜보면, 나는 '나'를 가장 사랑했었고, 미래의 가능성을 '나'로부터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거예요. 나는 '내가' - 남자친구, 남편 그 누구도 아닌 '내가' - Top MBA 졸업생이 되고, 사회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싶은 것입니다.
나에게 솔직해지면서 갖가지 욕망과 두려움과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을 추려냈습니다.
사실 MBA를 가고 안 가고는 부차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솔직하게 자문해 보았는데, '이러 저러한 이유로 안 가는 것이 맞다'라고 여겨지면 그게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니 MBA 준비라는 것은 정말 긴 여정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MBA 졸업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MBA 합격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ㅎㅎㅎ
그 이후로 점점 더 산 너머 산이라며... 이런 긴 여정을 위해서는 나로부터 정말 솔직한 답변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2016년 3월의 결심으로부터 첫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거의 1년 9개월이 걸렸네요.
준비 과정에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과정 중에 얻은 게 많이 있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이 나를 motivate 하는가, 내가 이렇다 하고 내세울 만한 성과는 뭐였나, 나는 다른 사람과 사회에 어떤 쓸모가 있나, 나는 왜 한 번뿐인 이 삶에, 하고많은 다양한 일 중에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등등.
사실 이런 기회를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평생 이만큼 생각할 기회가 있을까 싶습니다.
MBA 준비가 잘 마무리되고, 올해도 거의 끝나가면서, 처음 결심하던 그 때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새로 MBA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같은 길을 걸으려고 하시는 분들께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MBA Journey > MBA 지원 과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A 준비 #5. 온라인 정보의 옥석 가리기 (0) | 2020.08.07 |
---|---|
MBA 준비 #4. 인시아드 졸업생과의 커피 챗 (0) | 2020.08.07 |
MBA 준비 #3. 추천서의 추억 (0) | 2020.08.06 |
MBA 준비 #2. 다시 한다면, 이 책부터 보겠습니다 (0) | 2020.08.06 |
MBA 준비 #0. 어쩌면 합격보다도 내게 더 중요한 것은 (0) | 2020.08.06 |